🏠 “등기부등본만 깨끗하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하셨나요?

방을 구하면서 한 번쯤 이런 말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집은 깔끔해요. 등기도 다 깨끗하고요.” 공인중개사가 건네는 그 한마디에 안심하고 도장을 찍는 분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등기부등본이 깨끗해도 보증금을 날리는 경우가 생깁니다. 등기부등본에는 집주인의 세금 체납 사실이 나오지 않거든요. 국세청이 부동산을 공식 압류하기 전까지는 어디에도 공시가 되지 않습니다. 2023년 이후 터진 전세사기 사건들을 보면, 등기가 깔끔한 빌라에서도 피해가 발생한 경우가 수두룩합니다.
2026년 5월 현재 전세사기 누적 피해자 수는 약 3만 8,503건, 피해 보증금 규모는 무려 약 4조 7,000억 원에 달합니다. (국토교통부, 2026.05.06) 전세가 아닌 월세 계약이라도 보증금이 오가는 이상, 이 이야기는 남의 일이 아닙니다.
📄 등기부등본, 이렇게 읽어야 합니다

등기부등본 발급처: 대법원 인터넷등기소 (www.iros.go.kr) / 발급 수수료 700원
표제부·갑구·을구, 각각 어디를 봐야 하나
등기부등본은 표제부, 갑구, 을구, 이렇게 세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표제부는 건물의 주소, 면적, 층수 같은 기본 정보를 담고 있고요. 갑구는 소유권 관련 사항, 을구는 소유권 이외의 권리관계(주로 대출 담보) 가 기재되는 곳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전세사기예방센터)
표제부에서는 계약서상 주소와 등기부 주소가 일치하는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303호에 입주하는데 301호 등기부등본을 보여주는 황당한 경우가 실제로 생기거든요. 건물 용도도 확인해야 해요. ‘근린생활시설’로 등재된 곳은 주거용이 아니기 때문에 전세보증보험 가입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갑구에서는 소유자 정보와 가압류·가처분·가등기 등을 확인합니다. 계약서상 임대인 이름과 등기부상 소유자 이름이 같은지를 신분증으로 꼭 대조해야 하고요. ‘가등기’가 찍혀 있다면 건물이 곧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 예정이라는 뜻이니, 절대 계약을 진행하면 안 됩니다.
을구에서는 근저당권, 즉 집주인의 대출 담보 현황을 확인합니다. 여기서 반드시 체크해야 할 공식이 하나 있습니다.
집주인 대출금 합계 + 내 보증금 ≤ 집 시세의 70%
이 기준을 넘기면 깡통주택 위험 신호입니다. 예를 들어 시세 2억 원짜리 빌라에 근저당이 7천만 원 잡혀 있다면, 안전한 보증금 한도는 7,000만 원 이하입니다. (7,000만+7,000만=1억 4,000만, 시세 2억의 70%) 이 선을 넘어가는 집에선 집값이 조금만 빠져도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하는 구조가 됩니다.
💡 등기부등본, 한 번만 뽑으면 안 됩니다
계약 직전, 잔금 당일 오전, 전입신고 전날. 이렇게 최소 세 번은 확인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내가 계약서를 쓰고 잔금을 치르기 전 그 사이에도 집주인은 담보 대출을 추가로 받을 수 있거든요. 실제로 계약 후 입주 전에 근저당이 새로 설정되어 보증금이 후순위로 밀린 사례가 있었습니다. 700원짜리 확인 한 번이 수천만 원짜리 보험 역할을 합니다.
🔍 등기부등본 이후: 집주인 신원과 세금 체납 조회

계약 상대방이 진짜 소유자인지 확인하기
집주인이 직접 계약하는 경우에는 계약서상 임대인 이름과 신분증, 등기부등본 소유자가 모두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면 됩니다. 문제는 대리인을 통한 계약입니다. 이 경우에는 반드시 대리인 신분증, 위임장, 인감증명서 세 가지를 함께 받아야 합니다. 하나라도 빠지면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계약 무효 주장이 나올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신탁 등기가 된 집을 임차할 때는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신탁이란, 건물의 권리가 이미 신탁회사로 넘어간 상태를 말합니다. 이 상황에서 집주인(원래 소유자)이 임의로 전·월세 계약을 체결하면, 신탁회사의 동의가 없는 한 그 계약은 무효가 됩니다. 불법 점유자 신세가 되는 겁니다. 계약 전에 신탁회사 동의 여부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임대인 세금 체납, 이렇게 확인합니다
등기부등본에는 나오지 않는 정보 중에 가장 위험한 게 바로 집주인의 미납 국세·지방세입니다. 집주인이 세금을 체납하면, 경매 시 임차인 보증금보다 국세가 먼저 배당됩니다. 보증금보다 국세가 법적으로 우선 변제 순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체납 조회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조회 항목 | 방법 | 비고 |
|---|---|---|
| 미납 국세 | 전국 세무서 방문 신청 | 2023.4.3부터 임대인 동의 없이 열람 가능 (단, 계약 전 열람은 임대인 동의 필요 / 계약 후이면서 보증금 1,000만 원 초과 시 임대인 동의 불필요) |
| 지방세 체납 | 관할 구청 방문 또는 ‘위택스(www.wetax.go.kr)’ 신청 | 집주인에게 지방세 완납 증명서 직접 요청 권장 |
| 납세 증명서 | 집주인에게 국세·지방세 완납 증명서 요청 | 거부 시 그 자체가 위험 신호 |
(미납국세 열람제도: 국세징수법 시행령 제3조의2, 세무가이드)
계약 전 임대인이 세금 관련 서류 제시를 거부한다면, 그 자체로 의심해 볼 이유가 충분합니다. 당당하게 요청하세요. 요즘 계약 시 필수 확인 사항이라 알려져 있어서, 상식적인 집주인이라면 대부분 응해줍니다.
관련 글: 월세 계약 주의사항 총정리: 보증금 지키고 사기 피하는 완벽 가이드
📱 2025년부터 바뀐 것: 임대인 동의 없이 보증 이력도 봅니다

2025년 5월부터 시행된 임대인 무동의 정보조회
이게 정말 게임체인저급 제도 변화입니다. 2025년 5월 27일부터 임차인은 집주인 동의 없이도 집주인의 HUG 보증 사고 이력을 직접 조회할 수 있게 됐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2025.05.27 시행)
예전에는 중개사를 통해 임대인 동의서를 받아야 했는데, 대부분 거절당했습니다. 이제는 그 절차가 없어졌습니다. 세입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아래와 같습니다.
- 임대인이 HUG 보증보험에 가입한 주택 보유 건수
- 보증금 지급 금지 대상 여부
- 최근 3년간 보증사고(대위변제) 발생 건수
이 중 보증사고 이력이 있다는 건, 과거에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해 HUG가 대신 갚아준 적이 있다는 뜻입니다. 이력이 하나라도 있으면 계약을 재고하는 게 맞습니다.
조회는 HUG 전세사기 예방 포털 또는 국토교통부 ‘안심전세 앱’을 통해 할 수 있습니다.
안심전세 앱, 이렇게 쓰면 됩니다
국토교통부가 제공하는 안심전세 앱은 계약 전 리스크 점검에 꽤 유용합니다. 주소를 입력하면 AI가 해당 주택의 시세와 전세가율을 분석해 줍니다. 전세가율이란 전세보증금을 매매가로 나눈 비율인데, 이 수치가 70%를 넘기면 깡통전세 위험이 크게 올라갑니다. 신축 빌라는 비교 시세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는 주변 구축 빌라 시세를 반드시 함께 참고해야 합니다. 신축이라는 이유로 매매가가 부풀려지는 경우가 업계에서 흔하게 벌어지거든요.
관련 글: [완벽 가이드] 내용증명 작성부터 발송까지: 추후 재판에서 완벽하게 유리해지는 핵심 비법
📝 계약서 쓰기 전 체크: 특약과 임대차 신고제

계약서에 반드시 넣어야 할 특약 3가지
구두로 나눈 약속은 법적 분쟁이 생기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도배 새로 해드린다”, “보일러 고장 나면 집주인 부담” 같은 말도 계약서 특약란에 직접 적어야 효력이 생깁니다.
이것만큼은 반드시 특약에 넣으세요.
① 전입신고·확정일자 보호 특약 “임대인은 임차인이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완료할 때까지 임차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등기부상 권리변동(근저당 추가 설정, 소유권 이전 등)을 일으키지 않기로 하며, 위반 시 계약을 무효로 한다.”
왜 이게 필요하냐면, 전입신고·확정일자 효력이 다음날 0시부터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계약서를 쓴 당일 저녁에 집주인이 담보 대출을 받아 근저당을 새로 설정하면, 내 우선변제권이 그 대출보다 후순위로 밀려버립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② 선순위 임차인 현황 고지 특약 “임대인은 본 주택의 선순위 임차인 현황(보증금 규모, 임차 기간)을 임차인에게 사전 고지한다.”
다가구주택에서 특히 중요합니다. 같은 건물에 이미 보증금 큰 선순위 세입자가 여럿 있다면, 경매 시 내 보증금은 배당을 거의 못 받을 수 있습니다.
③ 임대인 세금 체납 없음 확인 특약 “임대인은 계약일 현재 국세 및 지방세 체납이 없음을 확인하며, 이에 대한 납세 증명서를 임차인에게 제공한다.”
2025년 6월부터 의무화된 임대차 신고제
주택 임대차 계약 신고제가 2025년 6월 1일부터 본격 의무화됐습니다. 4년간의 계도기간이 끝났거든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2025.06.01 과태료 부과 시작)
신고 대상은 보증금 6,000만 원 초과 또는 월 차임 30만 원 초과 계약입니다. 계약 체결일부터 30일 이내에 신고해야 하고, 위반 시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신고 방법은 주택 소재지 동주민센터 방문 또는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rtms.molit.go.kr) 온라인 신고입니다. 임대차 계약서를 함께 제출하면 확정일자가 자동 부여되는 효과까지 있으니 일석이조입니다.
단,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전입신고를 하면 임대차 계약 신고를 한 것으로 간주하지만, 주택임대차보호법상 확정일자 효력은 별개입니다. 확정일자를 받으려면 계약서를 반드시 함께 제출해야 합니다. (한국경제, 2025.06.10)
✅ 이사 당일,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는 오전 중에 끝냅니다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딱 한 줄로 정리하면
전입신고를 하면 대항력이 생깁니다. 집주인이 바뀌어도 계약 기간 동안 계속 살 수 있고, 보증금 전액을 받을 때까지 집을 비워주지 않아도 되는 권리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
여기에 확정일자까지 받으면 우선변제권이 추가됩니다.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후순위 채권자보다 먼저 보증금을 배당받을 수 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제2항)
전입신고만 해서는 우선변제권이 없습니다. 두 가지 모두 갖춰야 비로소 보증금이 제대로 보호됩니다.
이사 당일 오전, 왜 그렇게 급하게 해야 할까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효력은 신고 당일이 아니라 다음 날 0시부터 발생합니다. 그래서 잔금 치른 날 오후 늦게 전입신고를 했다가, 그날 저녁 집주인이 담보 대출을 추가로 받으면 그 대출이 내 우선변제권보다 앞서게 됩니다.
이런 상황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잔금을 치르기 전 오전 중에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먼저 완료하는 것입니다. 요즘은 정부24 앱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3분이면 전입신고가 가능합니다. 이사 짐 풀기 전에 먼저 앱부터 켜세요.
서울 기준,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소액임차인으로 인정받으면 경매 시 최대 3,600만 원까지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배당받을 수 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서울 기준 소액보증금 최우선변제금액) 월세 보증금이 소액이더라도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 2026년 4월 통과된 전세사기 최소보장제, 알아두세요

이미 피해를 당한 분들을 위한 내용이지만, 앞으로 계약하는 분들도 알아두면 좋은 법 변화입니다. 2026년 4월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국토교통부, 2026.04.23)
최소보장제 핵심 내용
개정안의 핵심은 ‘최소보장제’ 도입입니다. 경매·공매가 끝나고 피해자가 실제로 돌려받은 금액이 임차보증금의 3분의 1(약 33%)에 못 미칠 경우, 국가가 그 차액을 재정으로 보전해 주는 제도입니다. 관련 예산은 279억 원이 이미 추경에 반영됐고, 법 공포 후 6개월 뒤 본격 시행됩니다.
단, 국가가 보증금 전액을 보장하는 게 아닙니다. 최소 회복선을 설정한 것이라는 점은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선지급·후정산 제도도 새로 생겼습니다
신탁사기 등 법적 분쟁이 길어지는 유형의 피해자들에게 특히 중요한 내용입니다. 경매가 끝나기 전에도 최소보장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국가가 먼저 지급하고, 나중에 정산하는 방식이 법제화됐습니다. 피해자가 몇 년씩 소송에 묶여 생활이 불안정해지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아울러 이미 경·공매가 종료된 기존 피해자에게도 소급 적용된다는 점이 의미 있습니다. 2026년 5월 현재 전세사기 피해자 신청 기한도 기존 2026년 5월 31일에서 2027년 5월 31일로 1년 연장됐습니다.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 계약 전 최종 점검 — 이 리스트 하나로 정리합니다

아무리 글로 읽어도, 막상 계약 날이 다가오면 머릿속이 하얘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 체크리스트를 인쇄해서 계약 당일 들고 가세요.
계약 전 (방 보는 단계)
- 등기부등본 확인 (갑구: 소유자 일치, 가압류·가처분 없음 / 을구: 근저당 규모)
- 전세가율 확인 (집주인 대출 + 내 보증금 ≤ 시세의 70%)
- 건축물대장 확인 (주거용 여부, 위반건축물 여부)
- HUG 보증 사고 이력 조회 (안심전세 앱)
- 임대인 미납 국세·지방세 확인
계약 당일
- 임대인 신분증 대조 (계약서 이름 = 등기부 소유자 = 신분증)
- 대리인 계약 시: 위임장 + 인감증명서 확인
- 신탁 등기 여부 및 신탁회사 동의 확인
- 선순위 임차인 현황 파악 (다가구·빌라 필수)
- 특약사항 기재: 전입신고 보호, 세금 체납 없음 확인, 기타 구두 약속 사항
- 잔금 전 등기부등본 재확인
이사 당일
- 오전 중 전입신고 완료 (정부24 앱 가능)
- 확정일자 수령 (동주민센터 방문 또는 임대차 계약 신고 시 자동 부여)
- 보증금 6,000만 원 초과 또는 월세 30만 원 초과 시 30일 이내 임대차 신고
월세 계약은 전세에 비해 보증금이 작다는 이유로 가볍게 여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사회초년생이나 1인 가구에게 500만~1,000만 원짜리 보증금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닙니다. 위에 정리한 내용들은 어렵거나 복잡한 절차가 아닙니다. 한 번만 익혀두면 평생 써먹을 수 있는 기본기입니다.
계약 도장을 찍기 전, 딱 30분만 더 투자하세요. 나중에 수개월치 월급이 될 수 있는 30분입니다.
출처 법령·정책
- 주택임대차보호법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 국세징수법 시행령 제3조의2 (미납국세 열람제도)
-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2026.04.23 국회 본회의 통과)